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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게임의 서막: 크리스티와 포팅어

짜짱면 2026. 1. 7. 21:42

1810년 봄에 발루치스탄 북부를 통과하는 여행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무장한 사람들 몇 명이 낙타를 타고 외딴 오아시스 마을 누시키를 떠나 아프가니스탄 국경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들 앞쪽 먼 곳에서 시커매진 하늘에 번개가 눈부시게 번쩍거렸다. 이따금씩 주위를 둘러싼 산맥에서 천둥이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 폭풍우가 몰아칠 것 같았다. 낙타를 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망토를 몸에 두르고 사막으로 향했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유난히 두드러져 보였다. 피부가 눈에 띄게 희었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타타르인 말 장수로 알고 있었다. 그 자신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전에 타타르인 말 장수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한 말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말 장수는 누시키와 그곳으로부터 북서쪽으로 650킬로미터 떨어진 아프가니스탄-페르시아 국경의 고대 도시 헤라트 사이에 있는 도적 떼가 들끓는 위험한 땅을 건널 생각인데 호위를 받기 위해 사람들을 고용했다. 흰 피부의 말 장수는 그곳에 가서 멀리 인도에 있는 힌두인 부자 주인을 위해 말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헤라트는 중앙아시아에서 카라반이 모여드는 큰 도시로 꼽혔고 특히 말로 유명하였다. 낯선 사람은 며칠 전에 누시키에 도착했다. 피부색이 비슷한 사람과 함께 왔는데 그를 같은 힌두 상인 밑에서 일하는 동생이라고 소개했다. 그들은 봄베이에서 원주민이 타는 작은 배를 타고 와 해안에 내려 발루치스탄의 진흙으로 지은 수도 켈라트로 갔다가 그곳에서 누시키로 왔다. 해안에서 누시키까지 오는 데 거의 두 달이 걸렸다. 서두르지 않고 호기심을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많은 것을 물어보면서 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누시키에서 헤어졌다. 형은 호위대와 함께 헤라트로 향했고 동생은 서쪽 페르시아 남부 케르만으로 향했다. 동생도 그곳에서 주인에게 줄 말을 살 계획이라고 하였다. 형제는 헤어지기 전에 누시키에 잠깐 머무는 동안 세를 낸 원주민의 집에서 단둘이 있을 때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그들은 엿보거나 엿듣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는 일에 극도로 신경을 썼다. 사실 호기심 많은 사람이 벽의 갈라진 틈으로 안을 보았다면 자신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에 무척 당황했을 것이다. 형제가 헤어지며 정을 나누는 장면이 아닌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두 남자는 주의 깊게 문 쪽을 살피면서 낮은 목소리로 아시아인답지 않게 빈틈없는 태도로 각자 갈 길을 꼼꼼하게 따지며 토론했다. 조금이라도 착오가 없도록 막판에 조정을 하고 있었다. 두 남자는 다른 문제들도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사실 누가 엿들었다 하더라도 이해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진실을 말한다면 둘 다 타타르인은커녕 말 장수도 아니었고 또 형제도 아니었다. 그들은 이전에 탐사해 본 적이 없는 무렵의 광야를 비밀 정찰하는 임무를 띠고 온 맬컴 장군 휘하의 젊은 영국인 장교들이었다. 봄베이 원주민 제5보병대 소속인 찰스 크리스티 대위와 헨리 포팅어 중위는 이제 그들의 임무 가운데 가장 위험한 동시에 그들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수행할 참이었다. 그들은 해안으로부터 천천히 여행해 올라오면서 이미 부족들, 그들의 지도자와 휘하의 전투 병력에 관해 꽤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또 그들이 거쳐 온 지역의 방어 능력도 주의 깊게 살폈다. 나그네들이었기 때문에 그것도 이슬람교를 믿는 타타르인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의심의 눈초리들에 휩싸였다. 그들은 여러 번 상황에 맞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꾸며대고 바꾸어 간신히 곤경에서 벗어나고는 하였다. 독립심이 매우 강한 발루치스탄 사람들이 그들의 목적을 알았더라면 영국이 자신의 땅을 점령하기 위해 탐사를 하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티와 포팅어에게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이 외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유럽인을 본 적이 없었다. 그 덕에 아무도 그들의 위장을 꿰뚫어보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그렇게 믿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장교는 서로의 행운을 빌며 헤어지면서 이것이 그들이 서로 마지막으로 보는 자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모든 일이 잘 풀릴 경우 각자의 정찰 임무를 완수한 후에 비교적 안전한 샤의 영토 한 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계획을 세워 놓기는 하였다. 그러나 정해진 날 어느 한 쪽이 나타나지 않으면 약속 장소에 온 사람은 전우가 여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거나 죽음을 당했다고 가정해야 했다. 그럴 경우 약속 장소에 온 사람만 혼자 테헤란으로 가서 맬컴 장군에게 보고를 하기로 하였다. 중간에 어려운 일을 만나면 혹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다른 한 사람이나 테헤란의 영국 사절단에 연락을 시도하기로 하였다. 크리스티가 3월 22일에 사람들을 고용해 떠난 뒤에도 포팅어는 누시키에 남아 자신의 작은 카라반을 꾸리고 있었다. 맬컴은 그에게 서쪽에 있다고 여겨지는 큰 사막을 탐사하는 임무를 맡겼다. 그들은 이 사막이 침략군의 중대한 장애물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3월 23일 포팅어는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두 장교가 발루치스탄의 수도 켈라트에서 사귄 친구들이 이웃한 신드에서 두 장교를 체포할 사람들을 파견했다고 알려준 것이다. 그 사람들은 켈라트의 칸에게 크리스티와 포팅어는 말 장수가 아니며 군사적인 목적으로 발루치스탄을 정찰하기 위해 그렇게 위장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런 정찰은 두 나라 모두에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두 영국인을 잡아 신드의 수도 하이데라바드로 데려오라는 명령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곳에서 엄중하게 처벌을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친구들이 전한 소식에 따르면 무장한 신드 사람들이 누시키로 오는 중이었다. 사막을 가로질러 불과 80킬로미터 거리였다. 친구들은 두 장교에게 시간이 있을 때 어서 떠라나고 조언했다. 신드 사람들이 그 두 사람을 매질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포팅어는 하이데라바드에서 매질을 당하는 운명만큼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즉시 떠날 계획을 세웠다. 다음 날 아침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며 자신과 크리스티의 목숨을 보호해 준 켈라트의 친구들에게 깊이 감사하고 포팅어는 발루치스탄 사람들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무장 호위대와 함께 서둘러 서쪽으로 출발했다. 한편 이런 사정을 새까맣게 모르는 크리스티 일행은 아프가니스탄 국경으로 접근하다가 다른 위험과 마주쳤다. 누시키를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크리스티는 친절한 목자로부터 무장한 아프가니스탄 사람 30명이 그의 물건을 강탈할 심산으로 조금 떨어진 골짜기에 숨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것 말고도 크리스티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누시키에서 나올 때 시작될 조짐을 보이던 폭풍이 사납게 몰아치는 바람에 모두 몸이 흠뻑 젖었을 뿐 아니라 장비와 물자도 다 젖어버렸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그 황량한 땅에서 비를 피할 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가뜩이나 외로운 임무인데 출발조차 상서롭지가 못한 셈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에 폭풍은 지나갔다. 그와 더불어 적도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이 무법의 땅에서 습격자에 대한 공포는 크리스티와 포팅어 모두에게 지속적인 시련이 되었다. 그 뒤에 이 그레이트 게임에 참여하는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티는 혹시나 도적 떼로부터 보호를 받을까 하여 말 장수 행색을 버리고 독실한 하지, 즉, 메카에서 돌아오는 이슬람 순례자 행세를 하기로 하였다. 크리스티는 자신의 여행 이야기에서 이 대목을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비밀 편지를 전달한 한 인도 상인의 도움을 받아 한 호위대를 보내고 다른 호위대를 맞이하기 전에 그렇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로운 위장도 그 나름의 문제와 위험이 있었다. 어떤 물라가 신학 토론을 하자고 하는 바람에 당혹스럽게도 바닥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러나 자신이 그 율법학자가 속한 시아파가 아니라 수니파라고 설명하여 정체가 들통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크리스티는 지략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한번은 위조된 통행 허가증을 얻기도 하였다. 이것은 압제적인 그 지역 칸이 발행하였으며 그의 진짜 옥새까지 찍혀있었다고 전해진다. 크리스티는 이 통행증 덕에 이웃한 지역의 칸에게서 따뜻한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칸은 크리스티를 자신의 궁에 불러 대접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