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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게임을 향한 포팅어의 험난한 여정

짜짱면 2026. 1. 9. 04:29

사막에는 아무런 이정표도 없었기 때문에 안내자들은 먼 산맥을 보고 길을 잡아나갔다. 그러다 한 번은 낮의 끔찍한 더위를 피해 한밤 중에 길을 떠나기로 했는데 금세 길을 잃고 말았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포팅어는 나침반 하나를 몰래 감추고 있었다. 그는 호위대 모르게 나침반을 꺼내 억지로 유리를 뜯어낸 뒤에 엄지손가락으로 바늘을 만져보고 가야할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해가 떠서 그 방향이 정확하다는 것이 드러나자 호위대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며칠 동안이나 그것이 그의 지혜의 놀라운 증거라고 이야기했다. 포팅어는 보통 지도를 그리면서 방향을 잡을 때만 몰래 나침반을 사용했다. 그러나 한두 번은 도저히 눈에 띄지 않게 감출 수가 없었다. 그때는 그것이 키블라 누마, 즉, 메카 지침이라고 하였다. 키블라, 즉, 마호메트의 무덤이 있는 곳을 가리켜준다고 한 것이다. 그래야 기도할 때 어느 쪽을 향해 엎드려야 할지 안다는 의미였다. 그날 그들은 19시간 동안 낙타를 타고 77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했다. 사람 낙타 할 것없이 모두 지쳤다. 이제 식량과 물은 위태롭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포팅어는 산에 도착할 때까지는 계속 가고 싶었다. 그곳에 가면 적어도 물은 있을 터였다. 그러나 호위대는 너무 지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룻밤 쉬어 가면서 남은 물을 나누어 마시고 식량은 먹지 않기로 했다. 다음날 오후 그들은 마크란이라고 알려진 지역의 쿨루간이라는 마을로 다가갔다. 무법 지대로 이름높은 곳이었다. 알고 보니 이곳 시르다르, 즉, 족장의 사위였던 포팅어의 안내인은 마을에 먼저 들어가겠다고 고집했다. 이 위험한 지역에서는 낯선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이 관습이라는 이야기였다. 곧 안내인이 돌아와 사르다르가 포팅어를 환영하기는 하지만 안전을 위해 하지로 변장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 집에서도 포팅어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켈라트의 칸의 영토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안내인은 그렇게 설명했다. 그곳에서 누리던 질서와 안전을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우리는 지금 마크란에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모든 사람이 강도입니다. 여기에서는 형제나 이웃도 가리지 않고 약탈을 자행합니다." 포팅어는 인도의 부유한 상인에게 고용된 말 장수라서 특히 위험했다. 그 자신의 돈이 아니라 하여도 돈을 갖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할 터였기 때문이다. 포팅어도 누시키의 시르다르에게서 마크란의 악명을 들었기 때문에 즉시 새로운 직업에 어울리게 종교적 분위기와 태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포팅어는 마을에 들어서자 이슬람 모스크 옆에서 낙타에서 내렸다. 그곳이 시르다르와 다른 장로들이 그를 공식적으로 맞아들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인사를 한 후에 포팅어는 숙소로 안내되었다. 방 두 개짜리 헛간으로 그곳에서 포팅어와 호위대는 식사를 대접받았다. 그들은 30시간을 굶은 터라 고맙게 잘 먹었다.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을 위해 식량을 사는 것은 어려웠다. 가뭄 때문에 식량이 부족해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했다. 따라서 시르다르 자신이 먹으려던 대추야자 몇 개와 약간의 보릿가루밖에 얻을 수 없었다. 포팅어는 케르만까지 1100킬로미터도 넘게 남은 길에서 다음에 만날 마을이 쿨루간과 전쟁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3주 전에 쿨루간이 그들을 습격하고 약탈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곳으로 여행을 하는 것은 자살 행위다 다름없었다. 그뿐 아니라 무장 병력을 더 모으지 않고 서쪽으로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 역시 권할 만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나아가 안내인은 그런 준비없이는 더 나아갈 수 없다면서 대신 누시키로 돌아가도록 호위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포팅어는 내키지 않았지만 다음 여행을 위해 화승총으로 무장한 남자 여섯 명을 더 고용하고 적대적인 이웃을 우회해 갈 새로운 길을 찾기로 했다. 그날 밤 시르다르를 포함한 마을 장로들이 포팅어의 숙소로 내려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종교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포팅어는 깜짝 놀랐다. 포팅어가 거룩한 사람으로 위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장로들은 그의 이야기를 간절히 듣고 싶어했고 또 정중하게 귀를 기울였다. 포팅어는 이슬람교 신학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허세를 부려가며 의심을 사지 않고 용케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는 기본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쟁점을 정리해주기도 하였다. 그 가운데 하나는 해와 달의 본질이었다. 마을 사람 한 명은 그 둘이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물었다. 그렇다면 가끔 둘이 함께 보이는 건 어떻게 된 일이오? 첫 번째 사람이 대답했다. 하나는 그냥 반사된 모습일 뿐이오 이때 사람들이 포팅어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제 그는 슬슬 이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어서 잠을 자고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 의견이 옳다고 판결을 해버렸다. 이렇게 해서 잘못했으면 몇 시간 동안 이어졌을지도 모를 논쟁을 분명하게 끝낼 수 있었다. 다음 날 시르다르는 포팅어에게 떠나기 전에 이슬람 모스크에서 열리는 기도회에 참석하라고 제안했다. 포팅어가 나중에 한 말에 따르면 이것은 "내가 그때까지 피해온 표리부동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르다르가 그를 데리러 숙소로 왔기 때문이다.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시르다르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그냥 엎드리는 동작을 반복하며 혼자 아무 소리나 중얼거렸다. 놀랍게도 아무도 그를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애초에 순례자로 위장하라고 권했던 친절한 시르다르는 그가 거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기독교인이자 영국인 장교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으며 그저 독실한 이슬람교도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포팅어가 순례자로 변장하여 겪었던 심한 불안은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었다. 그들은 밤새도록 낙타를 탄 뒤에 굴이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의 물라가 그를 따뜻하게 영접하더니 아침식사에 초대했다. 나무 그늘에 펼쳐놓은 양탄자에 옷을 잘 차려입은 품위있는 남자 네댓 명이 앉아 있었다. 그들 앞의 나무그릇에는 빵과 버터밀크가 담겨 있었다. 그들은 일어서서 포팅어를 환영했다. 그는 물라의 오른쪽에 앉게 되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 한 남자가 포팅어에게 감사 기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포팅어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반갑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상도 못하던 것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몹시 당황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봄베이를 떠나기 전에 시간을 들여 한 하인에게서 이슬람 기도문을 한두 개 배워둔 것이 있었다. 물론 그때만 해도 그 기도문이 그를 불쾌한 운명으로부터 구해줄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포팅어와 크리스티는 순례자가 아니라 말 장수로 변장하고 임무를 수행할 작정이었다. 순례자로 변장할 계획이었다면 그 기도문들을 더 철저하게 익혀두었을지도 모른다. 포팅어는 기도문 하나를 기억해내려고 안간힘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눈이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음을 불편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아주 엄숙하게 분위기를 잡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의미를 담아 내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런 뒤에 몇 문장을 중얼거렸다. 포팅어는 주의를 기울여 알라, 루술, 슈크르 같은 단어들을 상당히 또렷하게 발음했다. 이런 단어들이 이런 기도에서는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위태로운 변장은 이번에도 먹혀들었다. 물라와 친구들은 이 경건한 손님을 향해 아무런 의심없이 자비로운 미소를 지어주였던 것이다. 또 한 번의 아슬아슬한 일은 다음 날 다른 마을에서 일어났다. 시장에서 신발을 한 켤레 사는데 주위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한 노인이 그의 발을 가리켰다. 그는 포팅어가 힘든 일이나 가난에 익숙한 사람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포팅어는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즉시 신발이 있는 곳으로 가서 얼른 그것을 신었다. 발을 태양에 드러내며 고생을 했음에도 발은 손이나 얼굴과는 달리 풍파에 시달린다고 색깔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팅어는 더 질문이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낙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노인이 바짝 따라왔고 포팅어는 서둘러 마을을 떠났다.